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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시장 오세훈?

오세훈 서울시장이 철거전문가가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 안했었다. ‘문화시장’을 자처하고 ‘디자인 서울시장’을 지향한다고 천명한 오세훈 시장이 이럴 줄이야. 철거 서울시청 기습철.....

'딸‘은 완벽하다

나는 딸딸 엄마고 나의 남편은 딸딸 아빠다. 아들만 있는 엄마 아빠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딸의 존재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다. 기를 때 ‘아.....

나라 망신시키는 6가지 요령

요즘 시대에 우리는 누구나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다. 국제외교를 담당하는 외교관뿐 아니라, 해외비즈니스, 유학, 여행 뿐 아니라 해외상품에 대한 구매를 하고 인터넷으로.....

휴가지 ‘베개’ 잃어버린 소동

“어머나, 내 베개!” 차는 마산시로 막 접어들고 있었다. 잠깐 눈을 붙이겠다고 뒷좌석에 던져둔 베개를 집으려다가 깨닫고 말았다. 이런, 호텔에 두고 왔구나. 나에 대한 비밀.....

혹자는 김진애를 여걸이라한다.
서울대공대 통틀어 1명뿐인 여학생, MIT박사, 건축전문가,  
서울포럼대표, 94년 세계를 이끌 지도자 100인선정..
인사동길, 산본신도시 설계..

김진애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가닥'하리라 생각할듯 하다.

그녀는 진짜 한가닥한다.

소위 공순이라 불리는 공대 건축과 출신이 설계 뿐만 아니라 문학, 예술, 정치 등 다방면을 평가하는 글을 쓸뿐 아니라 강연도 한다.

뭐 하나를 잘하면 다른 하나를 못해야 하는데 보통 딱딱하고 원칙만 안다는 공대출신이 말도 달변이다. 의사소통능력도 뛰어나다.


김진애는 근 십년을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아왔다고 한다. 그것도 2년마다.. 

그런데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말이 통하지 않아서, 나도 저렇게 될까봐.' 였단다.

불합리하게 처리되는 건축관련 일에서 그녀는 좀 합리적으로 일해 봤으면 좋겠다는 고백을 했다.


그녀는 말이 좀 통하겠다 싶은 당이 생겨서 입당을 했고, 자신이 낙선했지만 자신이 속한 당이 다수당이 되어 너무 기쁘단다. 낙선이 되었어도 당선된 국회의원에게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돕겠단다.

니것 내것, 너의 이익 나의 이익이 아니고 시민들의 이익이 되는 일이면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녀는 스스로를 위해 계산하지 않는 사람인듯 하다.

또 국회의원선거에서 떨어지고도 별로 직에 연연해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애초에 '합리적인 국회를 만드는 것에 기여하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에 '꼭 당선돼야 해'라는 욕심은 빠져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나는 그녀가 세계지도자 100인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선정됐다는 기사를 읽은 후로 그녀를 지켜봐 왔다.

TV토론프로나 강연, 신문칼럼 등에서 그녀가 그려가는 한국의 모습은 의사소통이 되는 합리적인 사회인것 같다.

여성들의 사회참여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그녀를 보면서 용기를 냈던 적도 있었다.


천하무적에 당당한 여걸로 불리는 김진애.

그러나 내 눈에는 그저 명랑소녀로 보인다.

툭 터놓고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고 잘못됐으면 고치는, 합리적이고 깨끗한 사회를 거침없이 얘기하는 그녀. 별로 상대방에 대해 계산하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그녀는 속마음이 아직 소녀인듯 하다.

명랑 발랄한 소녀 김진애로 나는 불러주고 싶다.

----- 그녀의 건축이야기가 궁금하다. 어떤 도시를 만들고 싶은걸까?

         옛날 자료들을 뒤져서라도 찾아내보련다.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질것 같은 그녀다.


푸른하늘 |
열매 http://blog.naver.com/wlsdl0923/1882193
2004.03

*** 위 글은 제가 정치입문한 몇 달 후 블로그에 올라왔던 글이랍니다.

'명랑소녀 김진애'라는 표현에 유쾌하게 웃었더랬습니다. 푸른 하늘님.

'명랑 발랄한 소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발랄 까지는 자신없고요,
명랑에 대해서는 고개 끄덕끄덕.
'소녀'?  글쎄요. 다만, 항상 '호기심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나름대로 합니다.'
진짜 소녀 시절 때 별로 소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나이들어 소녀 소리 들으니, 이것도 재미있는 현상이지요?  

* 지적 사항:

- 서울공대 통틀어 여학생 1명이라는 말은 '오보'이고요.
제가 다닐 적에 제 학년에 한명이었던 것은 맞고. 지금은 서울공대에도 여학생 비율 10% 를 바라볼 정도가 되었으니, 참 많이 변했지요.

* 현재 사항:

위 글에 말씀하신대로 '말이 통할만한 정당'이 생겨서 창당발기인이 되었었는데요, 그 당은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이 없어져서 아쉽습니다.

그 지향 가치만큼은 지금도 유효하지요. 깨끗한 정치, 지역주의 극복, 참여하는 민주주의, 평화의 가치... 가치들을 실현하는 것은 참 어렵고, 소통하기 조차 어렵지요. 해서 지금 현재 '민주당'으로 소구되었지요. 민주당의 가치 지향을 기대하고 또 노력하고 있습니다마는 참 쉽지않은 상황입니다.

* 설명 사항:

제가 글을 많이 쓰고 인문 토대로 글을 많이 쓴다는 평을 많이 듣곤 합니다마는,
건축과 도시계획은 이공계로 분류되지만 가장 인문적인 분야이기도 하지요.
사회에 대한 생각, 인간에 대한 생각, 관계에 대한 생각을 근간으로
기술을 매개로 예술을 지향하며 일하는 분야라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크고 힘도 많이 드는 분야이지요. 제대로 하려면...

물론, 제 성향상 사회학, 정치경제학, 인류학, 역사 등 인문 공부를 많이 했던 것도 작용은 했겠지마는요.  이공계에서 인문학과 경영학에 대한 공부를 강화해야 하고 특히 글쓰기와 말하기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많이 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제 소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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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eter153 2008/07/21 11:2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저도 멀리서나마 기대하고 있습니다. 좋은 정치 바른 정치 국민들을 위한 정치 부탁드립니다.

    • BlogIcon 김진애 2008/07/22 05:00  댓글주소  수정/삭제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터153님. 요새 '명랑심'을 유지하기 영 힘든 중이랍니다. 고해의 한가운데에서 유쾌한 대안을 찾아가야할텐데. 맘 답답한 국민들을 헤아리는 대안을 고민중입니다. '방식'도 함께 고민. 어떻게 같이 참여하는 대안을 모색해나갈까...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교 때쯤 되면 꼭 나오는 숙제가 하나 있다. ‘자기 집 그려 오기’다. 아이들이 갑자기 줄자를 찾고 이 방 저 방 재러 다니면 바로 이 숙제 때문이기 십상이다. ‘평면’을 그리라는 숙제니까 같이 길이를 재자고 할지도 모른다. “나 못 그리니까 엄마가 그려 줘.” 할지도 모른다. 엄마라고 어디 잘 그리나? 끙끙대기는 마찬가지다. 

그림 실력이 별로인지라 나의 그림 실력에 대해서 열등감(?)을 갖고 있는 막내 역시 나에게 도와 달라고 했었다. 어디 해 달란다고 해 줄 녹록한 엄마인가? 줄자로 재는 방식을 가르쳐 주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고 차근차근 그리는 방식을 시범으로 보여 주고는 곁눈질만 했다. 그렇게 시범을 보여 주었어도 그려 놓은 것을 보니 한심하기는 퍽 한심했다. “아무래도 우리 집 같지 않은데?” 아이 역시 자기 그림 실력의 한계를 인정했다.    

“이런 숙제 왜 있는 거야?”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아이는 그리면서 툴툴댔다. 하지만 그려 보고 나더니 얻은 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집에서 자기 방이 가장 작다는 것을 실제 수치로 알아냈고, 그 덕분에 보다 더 근거 있는 불만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큰아이 방보다 폭이 30센티미터만 짧은 데도 방 쓰는 방식에 왜 그렇게 제약이 많은가를 깨닫고는 한 자 폭의 귀중함을 알게 되기도 했다.

 이제는 집에 대해서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하는 아이디어를 수시로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내놓는다.
                                   ***

나의 원대한 야망(?)이라면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자기 집 그리기’를 하는 것이다. 1년에 한 번씩은 자기 집을 그려 보면 좋겠다. 이것이 너무 거창한 목표라면, 3년에 한 번도 좋다. 평균 3년마다 집을 바꾼다는 통계이고, 또 3년쯤이면 자기가 사는 공간에 대해 무언가 변화를 시도해 볼 만한 시점이니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기도 용인에 있는 고 장욱진 화백의 고택.
                       (화백 생전에 직접 고르신 한옥, 직접 지은 양옥이 어우러진...
                         가 보세요.)  


왜 집을 그려 봐야 하는가? 집을 그려 보면 무엇이 좋을까? 학교 숙제를 내주는 것과 마찬가지 동기다.

“첫째, 그리면 보인다.”
자기 손으로 그려 본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체험이다. 다 아는 것 같던 것도 실제 손으로 그려 보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 그리는 중에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 있고 그리고 나면 새롭게 깨닫는 것도 생긴다. 밑그림을 그릴 때와 마무리 그림을 그릴 때 또 다른 게 보인다.  

“둘째, 가장 쉽게 그릴 수 있는 대상이다.”
이른바 ‘그림’이라면 사람이든 풍경이든 선과 표정이 워낙 풍부해서 그리기가 영 쉽지 않다. 그렇지만 집이란, 특히 평면이란 상대적으로 선을 그리기가 쉽다. 바로 그 속에서 평소 익숙하게 알고 있는 공간이니 맘만 먹으면 언제나 그릴 수 있다.

“셋째, 합리적인 생각을 키운다.”
집이란 은근히 복잡한 공간이다. 단칸방만 해도 그리 간단치 않다. 여러 물건, 여러 설비, 여러 기능이 있고 또 가족 여럿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있다. 그리다 보면 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요모조모 생각거리가 나타날 뿐 아니라 어떻게 해 볼까 하는 궁리도 생기게 된다.    

“넷째, 당신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는 이야기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가, 삶의 느낌이란 얼마나 미묘한가. 그런 이야기와 느낌에 대해서 상상하게 된다. ‘공간 상상력’이란 다른 어떤 상상력보다도 다채롭기도 하거니와 또한 아주 기분 좋은 것이다. 공간 상상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쁨일 뿐 아니라 특히 손을 써서 그리면서 상상하면 그 기쁨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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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사는 집 한 켠... 상상해 보세요.
                                  '마당있는 집'에 사는 축복을 누리고 삽니다.
                             집 자체는 보잘 것 없지만 삶의 이야기는 풍성합니다요.
 

나의 직업적 특기를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걸까? 그러나 오히려 굳이 직업적 특기로 한정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는 것이 나의 뜻이다. 자기 집 그리기란 특기가 아니라 일상의 취미가 될 수 있다.  

*** 

주택을 설계할 때면 나는 집주인을 유혹하곤 한다. 같이 그려 봅시다 하고. 직업상 나는 남들이 말로 표현하는 것 또는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잘 파악해서 그림으로 그려 내는 사람이지만 살 사람의 마음 깊은 속, 심리 깊은 속까지 들어가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럴 때 집주인이 뭔가 그려 주면 훨씬 더 가깝게 짐작할 수 있다. 힌트가 풍성해지는 것이다.
    
집주인은 쑥스러워들 한다. “못 그려요.” 그려 보고 나서는 “그리기 만만치 않데.” 하기도 한다. 내가 권하는 것은 건물의 형태나 전체의 구성은 아니다. 이것은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고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하는 것은,

주로 집 내부의 가구 배치, 컴퓨터 배치, 텔레비전 배치 같은 것들이다. 전문가인 나보다도 집주인이 훨씬 더 잘 아는 물품들, 습관들, 선호도가 나타나는 항목들이다. 


일단 평면에 대해서 어느 정도 동의하는 때에 이르면 축척 1:100(1미터가 1센티미터인 축척)으로 평면을 뽑아서 주고 그려 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권한다. 이왕이면 가족과 함께 하면 더 좋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아이들이 쓰는 자로도 충분하고 연필과 지우개만 있으면 되니 모처럼 부부가 알콩달콩 의논하는 시간, 아이들과 의논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잖은가.

이렇게 그려 보면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안심이 되는 것이 그 첫째. 괜찮은지 아닌지 고민하다가도 실제 그려 보면 확신이 더 드는 심리다. 풍부하고 깊은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섬세하게 안을 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그 둘째. ‘이렇게 바꾸면 이런 점이 좋겠다. 저렇게 바꾸면 저런 점이 좋겠다.’ 하는 세밀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며 주문이 구체적이 된다. 

이렇게 하면 설계하는 나도 좋다. 설계하는 과정에서 나도 확신이 더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다 짓고 나서 불만이 생기더라도 은근슬쩍 책임 회피(?)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때 그려 보셨잖아요?” 하고 말이다. 너무 약은 수법인가? 그러나 집주인에게 진짜 집주인 마음을 들게 하기에 더없이 좋은 방식이다. 그러고는 머리를 맞대고 다시 한 번 그려 보자고 권한다. 다시 그려 보면 또다시 새로운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끊임없는 변화이다.

***

자기 집에 대해서만큼은 사는 집주인이 가장 잘 안다.
가장 탁월한 전문가다. 이른바 전문가에게 무턱대고 기댈 이유가 없다. 전문가들을 너무 믿을 이유도 없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 앞에서 공연히 주눅들 이유도 없다. 

자기 집을 그려 보자. 내남없이 비슷비슷한 아파트에 산다고 지레 생각하지 말자. 모든 집은 다 다르다.

모든 방은 다 다르다. 모든 공간은 다 다르다. 당신 삶의 힌트가 어떻게 녹아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다 다르다. 그려보면 힌트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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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도 없는 한옥... 한옥은 그리기 무척 재미있답니다)

집을 그려 보면 줏대도 생긴다. 새봄맞이 단장이나 가구를 사겠다면 자기 집 평면 정도는 가지고 가자. 전문가가 이것저것 더 좋은 것이라 권하는 앞에서 꿋꿋하게 줏대를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갑 속을 생각하면서.

집을 그려 보자.
혼자서 그려도 좋고,
부부가 함께 그려도 좋고,
아이와 같이 그려도 좋다.
그리면서 집에 정이 들 것이다.
그리면서 삶에 정이 더 들지도 모른다.
이번  봄맞이를 ‘자기 집 그리기’로 맞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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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프로그램 그려보기

    Tracked from Tasy.jaram.org 2008/03/17 08:22  삭제

    김진애님의 자기 집을 그려보자 라는 글을 보면서 문득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때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게 된 부분은 이 부분인데요. 주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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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헤이즐 2008/04/03 20:4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마당에 백구 한마리 놀고 있고, 담장 옆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가 있는 집.
    서울 하늘 아래에서는 쉽지 않은 꿈이지만, 제 마음 속의 dream house입니다~.

  2. BlogIcon 김진애 2008/04/04 06:1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제나이 보다 더 먹은 집에서 살고싶다는 꿈을 꾸었었는데, 지금 사는 용산 향나무 집은 80살 된 집이랍니다. 요새는 백구 한마리와 유기견 한마리 더해서 2마리... 어젯밤에 2마리 싸워서 제 안경 날라갔답니다.^^ 꿈을 계속 꾸세요...


‘건축기본법’과 ‘국가건축정책위원회’  
 
--- 정말 기쁩니다!

2005. 12.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출범.
  2006. 6. 선진화전략 대통령 보고.(건축기본법 제정 추진 포함)
 2006. 7-12. 건축기본법 수립 연구용역(대한건축학회).
 2007. 1. 국회발의(의원입법 대표 발의 열린우리당 강길부 의원).
 2007. 8. 대통령 보고(건축기본법 추진 중심).
 2007. 11. 8. 건교위 통과.
 2007. 11. 20. 법사위 통과.
 2007. 11. 21 국회 본회의 통과.
 2007 12 .21. 법률 공포.
 2008. 6. 22. 시행령 수립 및 법안 발효 예정. 

과정을 기록하면 이렇게 간단합니다. 그 속에 숨어있는 사연들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건축기본법 제정에 다들 놀랍니다. 사실은 추진해왔던 저도 놀랐습니다. 건축 분야 최초의 정책 관련 대통령 자문기구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를 출범하면서 수많은 과제들이 있었지만, 두 가지는 꼭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분야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건축공공연구소 설립, 다른 하나는 건축기본법 제정. 하지만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었답니다. 정부 임기 후반이라서 새로운 조직을 설립하거나 새로운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다 이루어졌습니다. 국토연구원 부설이기는 하지만 건축 분야 최초의 국책연구기관으로서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설립이 2006년 국회에서 통과되어 2007년 6월 설립되었고, 건축기본법이 2007년 말에 드디어 통과되었으니, 돌아보면 기적 같은 일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설명 드리자면, 건축기본법은 ‘건축정책’을 수립하는 근거가 되는 법입니다. 선진화위원회의 가장 큰 보람이라면 ‘건축정책’이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정부 부처, 국회, 언론, 전문계에서 쓰이게 되었다는 것인데, 이제 그 건축정책을 실제적으로 수립할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으니 앞으로의 본격적인 전개가 기대됩니다.

수많은 사연들이 있었고 애로도 많았습니다. 발의되었던 여러 관련 법안들과의 갈등이 대표적입니다. 건축기본법이 다른 3 가지 법안과 얽혀버렸지요. ‘건축문화진흥법’이 문화관광위원회에 의원 입법(한나라당 황우려 의원 대표발의)으로 발의되어 있었고, ‘공공디자인법’도 마찬가지로 문광위에 발의 추진되어왔고(한나라당 박찬숙 의원 대표발의), 산자부의 ‘산업디자인법 개정 안’이 있었는데, 법안들이 얽혀버리면 여야 갈등, 의원들의 기 싸움이 심해지고, 그 과정에서 관련 부처 간 영역 다툼도 거세집니다. 국회 사무국의 심사, 법제처의 조정도 있었습니다만 이른바 개인이 헌법기관인 의원들 사이의 역학이 만만찮지요.

법제처가 ‘건축문화진흥법’과 ‘공공디자인법’ 입법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원 입법인지라 건교위의 ‘건축기본법’ 심의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습니다. 법제처에서 ‘산업디자인법’과 ‘건축기본법’의 ‘디자인 관련’ 이견 사항을 조절했고 건교부와 산자부와의 부처 협의는 법사위 막바지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2006년 선진화전략 보고 시에는 ‘정부출연 건축연구기관을 설립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려주셨고, 2007년 추진성과 보고 시에는 건축기본법을 둘러싼 건교부와 문화관광부 사이의 갈등을 파악하시고, “건축이 기본이고 문화는 포함하라”는 한 마디로 명쾌하게 정리하면서 청와대의 적극적 지원을 지시하셨습니다. ‘건축의 전 과정이 바로 서야 한다’는 핵심을 짚어주셔서, 덕분에 건설교통부도 아주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되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나의 법안이 국회에서 수립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얼마나 많은 갈등의 조정이 필요한지요? 건축기본법의 수립 과정에 대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따로 책자로 정리해볼까 합니다.(법안 수립과 추진의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개념 설정, 목표 설정 뿐 아니라 공감대 형성, 갈등 조정, 좋은 뜻의 법안 로비, 현장에서의 밀고 댕기기 등 참 노하우가 많이 필요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작년 말 한 회의 자리에서 “건축기본법, 그것 어떻게 통과시켰어요?” 지원하시면서도 통과시키기 힘들다는 것을 미리 짐작하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아주 흡족해하셨습니다. 특히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많으셨습니다.^^ 후일담입니다.)  

이 기회에 그동안 열심히 뛰어주신 건교부, 선진화기획단, 국회사무국, 대한건축사협회 등 관련 기관의 모든 분들께 진정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건축에 대한 각별한 관심에 대해서는 특별한 감사를 올리고자 합니다.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관심에 따라 건축기본법의 실효성이 달려 있습니다. 법에 의하면 대통령 직속의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건축정책 수립 및 관련 시책을 펼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지자체에서도 건축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으므로 선도적인 지자체 장의 관심도 기대합니다. 기실, 건축 분야는 약 15개 부처와 모든 지자체들이 관련되어 있고, 공공과 민간을 아울러야 하며, 정책의 현장 실효성을 낼 수 있도록 민간부문이 긴밀하게 맞물려야 하는 복합 현장 분야이기 때문에 건축정책이 현장에 안착될 때 까지 대통령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그 관심을 끌어낼 전문 분야의 역할도 필요함은 물론입니다.  

1990년대 이후 EU가 등장하며 네덜란드, 영국, 핀란드 등 작은 나라들이 튼실한 건축정책을 통해 건축 관련 분야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자국의 건축 자산의 가치를 크게 높였듯이, 우리나라도 강중국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건축정책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우리 분야의 모든 전문가들도 새로운 건축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기 바라며, 2008년 건축인의 행로에 빛나는 성과를 거두시기 바랍니다.

건축인님들, 축하드립니다.    
 
 

“건축사신문, 2008년 1월 9일 자” 소개글

       김진애 위원장, 그에 대한 소개가 굳이 필요치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 위원회 위원장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주)서울포럼 대표로 종황무진하고 있는 그의 활동을 짧은 글로 담아내기에 무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너무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으로 처음 타임지가 선정한 21세기 차세대 리더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5년 말 선진화위원장을 맡은 이후 불과 2년 만에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설립과 건축기본법 제정이라는 역사적인 성과물을 남겼다.    


                 

건축기본법 시행에 대한 향후 전망: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명박 정부에서 ‘건축기본법’과 그 주체가 되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살아남을 것 같습니다.

인수위에서 모든 대통령직속위원회를 없애겠다고 해서, 건축기본법 시행 여부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입법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서 ‘대통령 직속’으로 건축기본법에 못을 박았는데, 그것이 흔들리면 시행령을 만들 수 없을 뿐 아니라 다시 국회의 개정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건교부 소속, 총리실 소속 위원회 안이 거론되었습니다마는, 건교부 소속으로는 건축정책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총리실 소속 위원회란 대개 심의의결 기능에 국한되기 때문에, 이 시대 건축정책의 안착을 위해서 대통령 직속으로 하여 여러 부처를 수f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를 입법 과정에서 겨우겨우 납득시켜서 통과시켰었거든요. 

나름대로 여러 민간 전문가 루트를 통해 인수위에 설명을 했습니다. 건설교통부는 그야말로 ‘납작’ 엎드려 인수위 처분만을 바라는 형국이라 꿈쩍도 하지 못했고, 이럴 때 민간전문가의 역할이 크지요. 다행스럽게 인수위에서 건축기본법과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을 끌어내어서, 오히려 국정과제 7대 목표의 하나인 ‘디자인 코리아’를 추진할 수 있는 좋은 법이자 기구라는 발표를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다행이지요?

뒷이야기에 의하면, 인수위에서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고할 때 유일하게 건축기본법과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 대해서 칭찬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당신이 바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당선인 멘트도 있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바라기는 건축기본법과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혹시나 개발 드라이브, 대운하 사업 등을 포장하거나 미화하거나 면죄부를 주는 데 국한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칫 그럴 위험이 농후하니까요. 부디 국민의 편에 서서 우리의 땅, 자연, 도시의 편에 서서, 자연을 축복하는 좋은 건축, 좋은 도시를 만드는 좋은 건축, 시민을 즐겁게 해주는 좋은 건축의 역할을 제대로 세우는 법과 위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건축인 여러분, 도시인 여러분, 조경인 여러분의 건투와 건승을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참, 저는 2.24일자로 노무현대통령과 함께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장직을 이임했습니다. 비상근위원장직이긴 했지만 거의 상근처럼, 건축분야의 최초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임했었습니다. 쌍둥이를 낳은 기분이라 홀가분하기는 합니다마는... 아쉬움도 많고, 앞으로 할 일도 많습니다. 세상에 왜 이렇게 할 일이 많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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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미리내 2008/02/27 15:52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일복을 타고 나신 거죠! 촘스키가 그러더군요 전문가가 전문지식과 그로 얻은 지위를 '고아와 과부'를 위해 쓰고 사회참여를 하지 않는다면 지식인이 아니라고요~

  2. 눈가의눈물 2008/02/27 19:20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너무 좋으시겠어요....고생 많으셨습니다...

  3. cari 2008/02/27 21:0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 목수드림

  4. 전인호 2008/02/28 07:50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선생님의 노고가 새로운 세상을 열것이라 기대 됩니다. 끝없는 정진 바랍니다.

  5. BlogIcon 파스텔 2008/02/28 11:48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큰 일 하셨습니다!

  6. 나그네 2008/03/01 09:56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큰 일을 해내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도시에서 길은 가장 중요하다. 길은 건축보다 더 중요하다. 사람들이 만나고 즐기고 편하게 느끼고 재미있어 하는 길이 있으면 그 도시는 행복한 도시다. 그런 도시에서 사람들은 행복해한다. 

사람은 가장 중요하다. 도시도 건축도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다. 사람을 위압하거나 눈으로 감탄하게 하는 건축이 아니라 사람이 편안해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즐거워하는 건축이 가장 좋은 건축이다. 

‘길로 만든 건축’인 인사동 쌈지길은 그래서 도시와 시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건축물이다. 눈으로 보는 건축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인사동 쌈지길은 그래서 건축의 본연에 가장 충실한 건축물이라 할 만하다.

‘쌈지길’에서 행복한 사람들

상업공간이자 복합문화공간인 ‘쌈지길’에서 사람들은 행복하다. 인사동길에서 한 걸음만 살짝 들어오면 꽤 너른 마당이 있다. 제일 먼저 사람들이 눈에 띈다. 4층 까지 이어진 경사길에 이어져 있는 올망졸망한 가게들의 쇼윈도를 보는 사람들이다. ‘뭔가 재미있겠구나!’ 호기심이 든다. 경사길을 따라 오르며 사람들에 합류한다. 아기자기한 소품들, 공들여 만든 장식품, 우리 전통의 오방색과 자연소재들이 어울린 세련된 전통공예품들을 아이쇼핑하다가 여기저기 가게를 드나들다보면 시간을 잊어버린다. 

쌈지길은 이 경사길을 ‘오름길’이라 부른다. 제주도의 ‘오름’이 생각나는 정겨운 이름이다. 쌈지길이라는 이름 자체도 정겹지만 한 오름, 두 오름, 세 오름, 네 오름 하는 이름도 정겹다.
 
네 오름을 오르다 보면 여기 저기 작은 공간들이 다가온다. 이리로 빠지면 작은 정원이고 저리로 빠지면 계단길이고, 조금 더 오르면 바닥이 나무길로 바뀌다가 또 흙길로 바뀐다. 조금 더 오르면 ‘하늘정원’에 닿는데 손바닥만한 크기의 정원이지만, 인사동의 하늘을 안는다. 어스름한 석양에 이 하늘정원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어둑어둑해지는 주변을 느끼면서 두런두런 노닥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가롭다. 도심 한가운데 아주 작은 공간에서도 이런 한가로움이 가능하다는 것, 그것이 쌈지길의 매력이기도 하다.

쌈지길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얼마나 될까? 평일에는 하루 6천 여명, 주말에는 만 여명을 넘는다고 한다. 인사동의 유동인구가 평일 6만 여명, 주말에는 10만 명 정도라고 하니, 인사동을 찾는 사람 중 적어도 10%는 쌈지길을 들러 가는 셈이다. 쌈지길은 인사동의 명실상부한 명소가 되었다.

인사동과 쌈지길의 만남

쌈지길은 인사동과 많이 닮았다. 쌈지길이 ‘길로 만든 건축’이라면 인사동은 ‘길로 만든 동네’다. ‘인사동길’이라 불리는 큰 길보다 작은 골목들 속에 인사동의 더 큰 세계가 숨어있다. 열두 큰 골목과 열두 작은 골목으로 꼬불꼬불 꺾이고 굽은 골목, 폭 1미터에서 3미터 사이의 작은 골목들이 얽히고설켜있는 미로 같은 골목이 인사동의 매력 포인트다. 그 작은 골목들에 옹기종기 늘어서 있는 작은 가게들, 갤러리들, 색깔 있는 식당과 곳곳에 앉아 쉴 곳, 담장 옆의 작은 화단과 텃밭들이 인사동 골목의 특색이다. 그 골목의 기분이 그대로 쌈지길의 공간에 담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사동길과 쌈지길이 만난 것은 행운이다. 쌈지길은 인사동에 있기에 성공할 수 있었고, 인사동은 쌈지길을 만나서 더 인사동다워질 수 있었다.

2000년 나는 인사동길 설계를 하고 한참 공사 안팎을 돌보고 있었는데, 쌈지길 땅이 팔린 것을 알았다. 이 땅은 인사동에서는 꽤 큰 땅인 편이다. 땅의 안쪽에는 꽤 큰 한옥이 있었는데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길 쪽을 따라 올망졸망 늘어선 작은 가게들의 숫자는 열두 개. 약 50미터쯤 늘어서 있으니 인사동 전체 600미터 중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가게들이다.

이 땅이 어느 부동산회사에 넘어간다는 소문들이 무성해서 인사동의 터줏대감들인 열 두 가게 주인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을 터에, 패션 과 디자인 브랜드를 갖춘 (주)쌈지가 이 땅을 인수했다고 결정이 났다. 열 두 가게 주인들은 시위를 하기도 하고 이 땅에서 가게를 계속 하게 해달라고 서울시에 청원도 넣고 여러 시끌벅적한 과정들이 있었다. 건축주 천호균 사장은 아주 지혜로운 결정을 내렸다. 건물을 새로 짓더라도 열 두 가게의 영업권은 그 자리에 그대로 확보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결정은 인사동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한, 정말 지혜로운 결정이었다.

열두 가게를 그 자리에 그대로 살리겠다는 결정이 쌈지길의 설계 개념을 리드했는지도 모른다. 쌈지길은 인사동 특유의 성격을 그대로 살려나갔기 때문이다. 인사동 골목길을 따라 작은 가게들이 이어지듯이, 오름길을 따라 60여 개의 가게들이 이어진다. 만약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처럼 쌈지길을 내부공간으로 만들었더라면 쌈지길은 별 성격 없는 상업시설에 불과하게 되었을 것이다. 인사동에서처럼 쌈지길에서는 모든 가게가 노천 길에 면해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햇볕이 나면 나는 대로 그에 따라 오름길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하늘정원에서 소나기를 만나는 장면은 아주 감칠맛 난다.  
 
건축가의 쌈지길 건축론

쌈지길을 설계한 건축가 최문규(미국 건축가와의 공동작업)는 설계 개념을 잡고 풀어내기는 아주 쉬웠다고 한다.

“인사동처럼 재료를 소박하게 쓴다, 인사동처럼 길을 만든다, 인사동처럼 가게를 작게 많이 만든다, 인사동처럼 오밀조밀한 공간을 만든다, 인사동 골목처럼 작은 화단과 텃밭을 많이 만든다.” 

그런데 가장 어려웠던 것은 관할 구청의 건축심의 과정이었는데, 전통문화지구인 인사동에 한옥 형태를 지어야 한다는 은근한 압력이 있었지만 꼭 한옥의 형태를 하지 않더라도 한국적인 공간과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득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한다.

건축가로서 꼭 하고 싶었는데 못한 것은, 열 두 가게 지붕을 테라스처럼 만들어서 사람들이 인사동길에서 바로 올라갈 수 있게 하고 싶었는데, 구청에서 지붕을 만들라고 해서 못한 것이란다. 허가 받을 때 경사지붕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지붕대신 땅을 덮어서 그 위에 이끼며 덩굴 식물을 심어서 오히려 향토적인 분위기가 살아난다.  

시공자인 (주)장학건설 대표 정세학은 설계자의 의도인 ‘단순한 배경 장치로서의 건축’이라는 개념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전벽돌과 노출콘크리트와 나무’ 딱 세 가지 재료만 쓰는 것이라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치밀하고 정교한 시공이 필요했고, 오름길처럼 외부에 노출되는 공간이 많아서 더욱 치밀한 시공이 필요했다고 한다.

좋은 건축가와 좋은 시공자가 만나고 싶어 하는 좋은 건축주. 사실 쌈지길은 좋은 건축주 덕분에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쌈지의 천호균 대표와 현재 쌈지길의 대표 천호선이 이들이다. 바로 그 동네에 필요한 바로 그 공간을 기획해내는 안목을 갖춘 건축주다.

회사 이름 ‘쌈지’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자그만 주머니에 보물을 가득 담는 것처럼, 쌈지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와 대중적인 거리문화의 풍요로움에 착안하여 패션과 악서세리, 그리고 생활소품에 파격적인 발상 전환을 가져온 디자인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 회사다.

쌈지는 전통공예와 디자인 소품을 다루는 마켓플레이스를 착안해서 서울의 인사동, 대학로, 홍대앞에 각기 하나를 만들고 싶었는데, 결국 인사동에만 프로젝트 결실을 맺었다고 한다.     

예술과 공간의 기발한 만남

‘쌈지길’에서 파는 상품들은 디자인이 파격적이면서도 친근하다. 뭔가 우리 옆에 항상 있는 것 같지만 또 새롭게 보인다. 파는 상품 뿐 아니라 공방에서 직접 참여해서 만드는 것도 있다. 페인팅이나 소품 디자인 공방이다. 인사동에 정말 있음직하고 있어야만 하는 공방 개념이다.
 
쌈지길은 건축물 자체가 심플하고 소박해서 오히려 아주 좋은 공간 무대로서의 효과가 더 살아난다. 쌈지길은 무대이고 사람들과 쇼윈도와 상품이 주연이다. 상업건축에서 갖추어야 할 기본을 품위 있게 지키고 있다. 공간 곳곳에 자연스럽게 설치된 공간장식품들도 우리의 허를 찌르게 평범한 듯 하면서도 기발하다. 예컨대, 계단실의 중앙을 타고 피어오른 커다란 꽃들, 입구에 가게 표지판들을 마치 문패처럼 우리말로 써서 조각 문패처럼 만든 것, 하늘을 수놓는 깃발들, 초등학교 복도에 있을 듯한 벤치에 화려하게 칠한 색채, 스텐리스 쟁반과 양은 쟁반으로 만든 모빌 장식품 등, 하나하나 기발하다.

마치 ‘모든 사람은 디자이너, 모든 것은 디자인’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쌈지길은 평범한 우리들의 삶에 숨어있는 디자인을 재미나게 끄집어내고 있는 것이다. 세련되고 쿨하고 외국 냄새 물씬 풍기는 명품 브랜드 매장과는 얼마나 다른가. 차원이 다르고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다.


쌈지길에서는 어느 누구도 편하게 느낄 수 있다. 쌈지길에서는 어느 누구도 주눅 들지 않는다. 쌈지길에서는 모든 사람이 호기심을 발동한다. 쌈지길에서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다. 한국사람들은 물론 외국사람들은 더욱 더 재미나 한다. 나이든 어르신도 물오른 젊은이들도 멋모르는 아이들도 재미나 한다.   
 
건축이 없는 건축, 사람이 주인인 건축

건축가 최문규는 쌈지길을 완공한 후에 여러 상을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쌈지길에는 건축이 없다’는 평을 건축가들에게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쌈지길은 건축적 권위나 건축적 허세를 벗어던졌다는 얘기이고 그 점에서 건축가들의 불평을 사기도 한 모양이다.

하지만 건축이 없는 건축, 사람이 주인인 건축을 만들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지금도 쌈지길은 끊임없이 변한다. 간판도 변하고 인테리어도 변하고 일부 외관도 변한다. 하지만 쌈지길은 상투적인 상업건축으로 변하지 않고 여전히 기품 있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건축가와 건축주가 사려 깊게 만들어놓은 간판, 인테리어 지침이 작동하는 이유도 있지만, 쌈지길 건축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공간의 품격과 건강한 공간 골격, 배경으로 존재하는 건축적 겸손함 덕분이다. 이런 건축적 지혜가 앞으로 우리의 건축에 시사하는 바 크다.

여하튼 우리는 ‘길로 만든 동네, 인사동’이 있어 행복하고, ‘길로 만든 건축, 쌈지길’이 있어 행복하다. 말로 하기 보다는 직접 쌈지길의 마당에 들어가고, 오름길에 오르고, 하늘정원에 앉아보는 것이 최고다. 



쌈지길에 대한 간단한 소개

위치 :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38번지(인사동)
규모 : 대지면적 454.72평, 연면적 1,249.60평, 지상4층 지하2층
용도 : 근린생활시설 및 문화 집회시설
구성 : 최소 3평 이상의 가변적 공간의 작가 공방과 문화상품의 직영매장과 작가별, 분야별
단독매장형태로 전체 60여 개 가게로 이루어진 공예, 디자인, 전승문화의 종합문화 콘텐츠
건축가 : 가아건축 최문규 + 미국 건축가 가브리엘 크로이쯔
건축주 : ㈜쌈지 천호균
시공사 : ㈜장학건설 정세학
수상 :
 - 2005년  한국건축문화대상 특선
 - 2005년  제23회 서울사랑시민상 본상
 - 2005년 미국 AIA 협회 메릴랜드 디자인 어워드
 - 2005년 미국 AIA 협회 볼티모어 디자인 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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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도 집같이 만들 수 없나요?”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다. 아파트를 만드는 데 한 몫 하는 정책 수립자, 사업자, 설계자, 시공자 등 모든 전문가들이 항상 유념해야 할 말이 아닐 수 없다. ‘집 같은 아파트’를 만들 때까지 할 일은 무한하다.

‘집 같다’는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첫째, 오랫동안 살아왔고 오래도록 살 것 같다. 둘째, 새록새록 가족 이야기가 떠오른다. 셋째, 뭔가 여유롭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넷째, 뭔가 우리 집만의 독특한 게 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아파트가 집같이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게 참 많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앞으로 오래도록 살 것 같지는 않은,  하시라도 이사할 수 있고 이사하더라도 별로 섭섭하지 않을 것 같은 아파트, 가족이 만드는 삶의 스토리보다 오히려 잘 장식된 거실 장면이나 잘 갖춰진 부엌 장면이 먼저 떠오르는 아파트, 여유보다는 빈틈없이 짜인 느낌과 따뜻함보다는 편리함이 먼저 떠오르는 아파트, 이웃집이나 우리 집이나 별 다를 게 없고 다르면 오히려 이상할듯한 아파트.

이런 아파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남이 부러워하는 아파트’가 아니라 ‘우리 집 같은 아파트’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사실 아파트에 관련된 정책, 개발, 설계, 유통, 관리 방식 등이 모두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될 때까지,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당장 우리 사는 아파트를 돌아보자.   

아파트에 대한 여러 아쉬움 중에서 나는 아파트의 뭔가 답답하고 갇힌 듯한 느낌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에 주목해보고 싶다.

<이 집은 누구인가>라는 책에서 나는 비슷한 크기의 한옥과 아파트를 비교하면서 왜 한옥은 작다는 느낌은 들어도 답답하다는 느낌은 안 드는지, 왜 아파트는 크다는 느낌은 들어도 답답하게 느껴지는지에 대해 이모저모 써놓은 적이 있다. 

아파트에서는 이른바 ‘체험 동선’이 짧고 ‘시각 동선’이 짧고 ‘청각 동선’이 짧다는 점이 답답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치명적인 요인이다. 짧은 동선이 좋다는 단순 상식이 갖는 단점이 아파트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동선이란 그냥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거닐면서 여러 만남이 일어나는 체험임을 표현하는 말이 ‘체험 동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