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은 질 수 있는 사람한테 온단다
- Posted at 2008/01/22 13:43
- Filed under 자라기 멘토링/리더십과 펄로십
엄마는 “짐은 질 수 있는 사람한테 온단다.” 라는 명언을 남겼다.엄마의 수많은 명언 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남는 말이다. “아래 보고 살아!” 라고 아버지가 저녁 밥상에서 되뇌던 명언이 검약과 절제의 미덕 보다 어쩐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엄격한 계율로 다가왔던 반면, 엄마의 명언은 어쩐지 용기를 줬다. “그래, 질 수 있어! 나는 어떤 짐을 지어야 할까?” 하고 스스로 용기를 찾게 만드는 말이었다.
말이란 그 사람의 삶이 바탕이 되어야 힘이 실린다. 엄마의 묘비에 적힌 문구처럼 엄마는 ‘무거운 짐을 가볍게 지셨다.’
자식 열을 낳아 셋을 잃고 아들 하나와 딸 여섯을 키운 엄마. 지금 같은 저출산 시대라면 훈장이라도 받아야 하겠지만, 그 당시엔 ‘자식 많은 짐’에 더하여 ‘딸 많은 죄’까지 져야 했다. 나는 사춘기 시절에 엄마가 딸 많은 죄를 자처하는 게 영 못마땅했지만, 이제는 너무나 잘 이해한다. 그 역할이 일취월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딸들은 여전히 여자라는 원죄를 지고 살아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엄마는 둘째 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큰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큰며느리 역할을 하면서 대가족의 대소사를 돌보며 평생을 사셨다. 차라리 엄마가 애당초 큰 며느리였다면 의무에 더하여 권리까지도 누렸으련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역할은 하되 나서지 못하고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역할을 해야 했다. 엄마의 그런 위상이 안쓰러운 적도 많았지만, 그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일을 해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엄마의 사전에는 ‘희생’이나 ‘봉사’라는 단어가 없는 것 같았다. 다만 필요한 그 일을 했다. 필요한 그 역할을 자청해서 했다. 이왕 해야 하는 일이라면 스스로 맡아서 그 일을 잘 하고 그 일을 즐기는 게 보람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나는 엄마를 믿었고 엄마는 나를 믿어주었다. 나는 엄마가 꿋꿋하게 그 자리에 항상 있을 것을 믿었고 힘들 때 기댈 수 있음을 믿었다. 엄마는 내가 꿋꿋하게 홀로 설 것을 믿었고 내 판단에 따라 짐을 질 것을 믿어주었다. 믿음을 받는 것만큼 큰 힘이 되는 것은 없다.
서울공대에 원서를 넣을 시절. 엄마는 남들이 그렇게 말리고 하물며 담임선생님도 말리고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셨음에도 불구하고, “니가 판단한 일인데.”하며 혼자 가서 원서를 넣고 오셨다. 나는 엄마가 정말 자랑스러웠다. 엄마는 정말 뭘 믿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나도 나를 못 믿을 시절이었는데 말이다.
엄마는 내가 미국 유학 갈 때 큰아이를 열 달 동안 맡아주었는데, 엄마가 했던 말은 간단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니까.” 딸의 아이까지 열 달을 키워주었으니 엄마의 배는 정말 크디크다. 엄마는 내가 큰 배를 안고 임신 막바지에 일할 때도 “자기 하고 싶어 하는 일인데 뭘. 뱃속에 있을 때가 더 편하단다.”하고 간단히 정리해 주셨다.
박사학위를 받았으니 교수를 하든지 연구소에 가서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할 시절에 내가 창업이라는 힘든 길을 택할 때에도 걱정이 태산 같으면서도 엄마는 “니가 선택한 길이니까.” 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셨다. 누구도 흔쾌히 도와주지 않을 때 엄마는 쌈지돈까지 털어서 도와주셨다. 물론 엄마는 “잘해서 갚아야 해.” 라는 말을 빼놓지 않으셨다.
남들은 당연히 비례대표를 해야 한다고 했을 때, 내가 2004년 정치 입문하자마자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고 하자, 엄마는 “네가 옳다고 생각해서 하는 일이니까.” 한마디 하셨을 뿐이다. 하지만 낙선한 뒤 보름 뒤에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에, ‘엄마가 속으로 은근히 힘드셨나 보다.’ 싶어서 나는 더 펑펑 울었다.
지금도 사이사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힘들지? 잘 먹고 해라. 짐은 질 수 있는 사람한테 온단다.그 어려울 때마다 엄마가 나를 안 믿어주었더라면 나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선택한 길, 내가 선택한 방식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가장 큰 믿음이다.
짐은 질 수 있는 사람한테 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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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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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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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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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봐주셨다니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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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사이에 예쁜 스킨으로 바뀌었네요. 편안한 느낌이 참좋네요. 이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글이네요. 저도 사실 어머니 생각에 잠자리를 뒤척이긴 했는데, 다시한번 어머니를 떠올릴수 있어 좋은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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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후배가 만들어 준건데..스킨을 이쁘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제 부족한 글을 통해 비트손님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으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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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님 같은 공간에서 한 두번 뵈었습니다. 블로그 세계에서 뵈니 반갑습니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하실 수 있는 한에서 짐을 져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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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러신가요.. 힘 많이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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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감동적이고 멋진 글입니다.
참 잘 보았습니다.
짐은 질 수 있는 사람에게 만 주어주는 것이리라 믿고
열심히 살아볼께요.^^-
저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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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얼굴을 뵈니 그 품이 얼마나 넉넉했을지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분보다는 약삭빠르게 사는법을 먼저 가르치는 엄마들이 더 많은것같아 씁쓸하네요.
우연히 들어와서 블로그 글을 한꺼번에 읽고는 선생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
선생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지식에 대한 욕심이 생겨납니다.
내가 피상적으로만 느끼고있던 것들에 대해 좀더 체계적으로 알고싶다는 생각.
그리고 사회의 근간인 가정, 그중에서도 엄마역할에 대해 진심이 느껴져서 정말 좋습니다 -
역시 멋진 여성이십니다. 오래전 책을 읽을 때도 대장부란 생각이 들었는데 가슴이 뭉클한 글이군요. 저도 선생님처럼 열심히 살고 있답니다. 짐은 질 수 있는 사람에게만 온다는 말 힘들 때 기억할게요. 오래 전의 팬인데 새삼스레 글을 보니 반갑습니다. 자주 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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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 박사님,
오래전 선생님의 나의 프로젝트는 사람, 나의 테마는 인간 책을 보며 감동적이라고 생각한적이 엊그제 같은데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버렸네요 . 또 교수님 직을 버리시고 현장으로 뛰어든 모습도 아주 인상적 이었어요 . 인사동 길을 처음 거닐 떄 격자 모양의 자유분방한 거리들을 보며 참으로 이것을 만든사람도 재미스럽고 자유분방할 거란 생각도 했구요 , 선생님께서 쓰신 다양한담론에 관한 포과절 의미의 모든 지식은 편견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다는 글 역시도 많은 생각들을 가지게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
건축을전공하신 선생님의 도시에 대한 예찬과 아쉬움 , 그리고 문화와 예술에대한 것들에 대하여 계속해서 글을 보고 싶네요 . 저는 선생님꼐서 쏫아 내시는 토론을 보며 늘 재미 있었습니다 . 건축관련 전공으로 아쉬움에 또 다른 행보가 이루어 지셨다고 생각되요 . 선생님의 건축관련 글을 접하며 건축에 관한 재미를 붙혔던 개인으로써는 아쉬움이 더하지만 또한 더 한 새로움으로 기대 또한 있습니다,.
건축과 환경을 잇고 또 우리도시만의 정통성과 친자연 적인 것들을 이어 나갈 수 있는 글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 우리의 도시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각은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 건축을 좋아하는 저로써도 선생님의 도시 예찬에 대한 꿈만큼이나 그꿈들이 이루어 졌으면 좋곘어요 . -
저는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을다녀 본적이 한번도 없지만 간접적으로 보면서 아쉽다는 생각을많이 했어요 그래도 이번에 선언한 친환경 ,그리고 디자인 수도 서울 이라는 것은 우리의 도시를 비록 서울에 국한 되어진 것이 아쉽지만 보다 더 끌어 올리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해요 . 또 이번 기회를 통하여 한국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도시 , 그리고 조형성을 고려한 도시, 자연과 지역성을 이해한 지역들이 새롭게 연출 되어 질 수도 있을 거란 기대 또한 듭니다. 건축을 전공하신 선생님꼐서는 이것을 지역적 특성과 건축의 실무적인것들 그리고 실현 노하우와 이런 꿈들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실현 노하우들을 알고 계시리란 생각도 들어요 , 이왕에 펼처진 이 문화에 대한 꿈들이 이제는 문화 관련 글을 접할떄 마다 읽는 아쉬운 사람들에 대한바램들이 이루어 지고 실현 되어 졌으면하는 생각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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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새로운 일자리가 문화적으로 지속적으로 만들어 지고 그것이 또다른 나눔으로 이루어 지게 되어 지는 부분에대한 다양한 아이디어 관련 글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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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실님, 계속되는 멘트에 격려받습니다. '도시'를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곤 합니다. '디자인수도 서울'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계시는 것 같은데, 저는 과연 우리 도시 현실에 그런 외형적인 포장에 그렇게 많은 것을 투자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에서 벗어날 수 없답니다. 지나치게 명품 중독증에 외국설계 선호현상도 한심하고, 짧은 시간에 가시적으로 싺쓸이 바꾸려 드는 것도 갑갑하고, 도시 사람들의 삶, 특히 도시의 두 얼굴에 소외되는 사람들에 대하여 배려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고요. 도시건축이 아름다운 작품 만드는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사람들이 모여 살 수 있느냐'에 더 집중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당연히 여기게 되면 좋겠습니다.
토토실님의 관심에 기운을 받고... 건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