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생의식 빠진 대통령의 서생 총리
- Posted at 2009/09/04 12:42
- Filed under 김진애의 좋은 새벽/이명박정부
“정운찬 총장, 이명박 대통령한테 안 갈 거야!”라 예측하는 사람 앞에서 나는 단호하게 “갈 걸.” 했었다. 심대평 총리 카드가 지리멸렬 무너지고 청와대가 김종인, 강현욱, 박영준 카드를 흘릴 때 나는 더 확언했었다. ‘정운찬으로 갈 거야!’ 결국 내가 내기에 이겼다. 씁쓸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됨됨과 정운찬 총장의 됨됨을 볼 때의 현실적 판단이었다.
1.
김대중 대통령이 남기신 잠언에 아주 귀중한 말이 있다.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응대”라는 말이다. 정확히 표현하시기는, 정치하는 사람은 “서생의 문제의식으로 현실을 분석하고, 상인의 기질로 현실을 응대하라!”였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일 뿐 아니라, 어휘 선택이 참 흥미롭다.
서생(書生)이라,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몸담은 고학력의 학자가 아니라 ‘책과 글을 통해 구조를 세우고 눈을 밝힌 사람’이라는 뜻이니, 참 멋진 개념이 아닐 수 없다.
‘상인적 현실 응대’란, 설마 ‘돈 벌고 자기 이익을 좇으라’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도전하고 실천하는 의지, 진흙탕에 기꺼이 발을 담그는 용기, 손에 흙을 묻히는 용기, 실천의 길을 다각적으로 찾고 또 찾으라는 뜻이니, 그것도 참 멋지다.
2.
이명박 대통령에게 서생적 문제의식이 빠져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국가에 대한, 인간사회에 대한, 국정에 대한, 역사에 대한 서생적 문제의식이 제로다. 민주주의, 인권, 평화, 인간관계, 역사 발전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관심이 별로 없다. 관심이 없으니 성찰이 없고 그러니 실천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인적 현실 응대 역량에 대해서는? 글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생적 문제의식 빠진 상인적 현실 응대에 능한 사람들이 오죽 많은가? 자기 이익에 눈 밝고 발 빠른 소승적 상인들이 오죽 많은가?
3.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30년 교수에 서울대 총장 출신의 독보적 경제학자 중 하나이니, 당연히 서생이라 하겠다. 하지만 글쎄 김대중 대통령 기준으로서의 ‘서생적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어떨까?
게다가 그 서생적 문제의식을 현실적으로 실천하는 상인적 현실 응대 역량은? 아직 검증이 제대로 되어 본 적이 없다.
(사진 위: 이명박 대통령, 아래: 정운찬 전 총장,
출처: 오마이뉴스 장재완)
4.
여하튼 이번 정운찬 총리 내정은 '서생적 문제의식이 없는 이명박 대통령과 서생 출신 총리가 상인적 현실 응대라는 소승적 공통 이해 하에 뭉친 교묘한 만남'이다.
서로 별로 잃을 게 없는 만남이다.
잘되면 좋고, 잘 안되어도 핑계도 있고 다른 카드도 있으니 상인적 계산이 철저하다.
5.
청와대는 이미 강만수 특보, 윤진식 수석, 윤증현 장관으로 철통같은 경제 컨트롤 타워를 세워놨다. 새 총리를 이른바 ‘바지 총리’로 만들려면 못할 것도 없다. 충청권 출신 총리를 지명함으로써 깊이 들여다 보지 않는 국민에게는 통합과 변화의 이미지 정치를 잘 해낸 셈이고, 정운찬 총리 카드로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고 4대강 예산까지 착착 따내면 욕은 정운찬 총리가 대신 먹어줄 테니 이런 일석 삼조가 없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상인적 계산을 여기서 거론하지는 않겠다. 적어도 서생 출신 총리 지명자에게 벌써부터 무슨 계산이냐 하면서 들이대고 싶지는 않다.
6.
대통령과 총리가 서생적 문제의식으로 뭉치는 것이 아니니 걱정은 당연히 된다. 도대체 정운찬 총리는 경제학자의 문제의식으로 ‘4대강 블랙홀 예산’의 방패 역할을 할 것인가? 그의 소신이 그러한가? 정운찬 총리는 과연 세종시를 축소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속셈에 정치적인 방패 역할을 하려 들 것인가?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국정, 특히 경제정책을 비판해오다가 ‘이제 보필하겠다, 생각이 다르지 않다’는 발언은 진정인가, 립서비스인가?
두고 보자. ‘설마 서생적 문제의식이 빠진 총리가 되지는 않겠지’ 하는 기대가 여전히 있는 반면, 다른 한편 ‘어쩔 수 없는 서생 출신 총리에 불과해’ 또는 ‘언제 그렇게 현실 응대만 하는 총리가 됐어?’가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7.
물론 아직 정운찬 총리는 아직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않았다. 청문회를 통해 그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응대’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겠지.
8.
그런데, 참, 우리 국민들이 안됐다.
서생적 문제 의식과 상인적 현실 응대 역량이 수미일관된 정치인, 행정인, 학자, 사회인을 흔쾌히 갖지 못해서.
090904
김진애 포스팅
정운찬 총리 카드의 의외성 때문에 거론이 덜 되지만, 이번 개각 내용은 참 미흡합니다. 주호영, 임태희, 최경환 한나라당 국회의원 3명이 입각한 것 외에 다른 무슨 내용이 있는지요?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그대로 고대 라인이고, 국방부 장관은 남북관계 강성이고, 여성부 장관 내정자는 전혀 여성인권 관련 의식이 없어 보여, 점점 더 여성부를 왜소화 시키려는 의도가 드러나고요.
문제 많던 부처들의 장관은 왜 안바꾸는지요? 문화부, 환경부 장관이 대표적이지요. 아마, 여전히 '우리 편 말 잘듣는 장관들'이라 인정 받은 건가요? 여하튼 이번 개각 내용을 보면, 청와대 인사 까지 포함하여, 국정기조의 본질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오히려 더 강화하려 드는 내심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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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 내정] MB를 모르진 않을테고, 부디 제2의 황석영이 되질 않기를 바랍니다.
Tracked from 땜통의 유치찬란 Ver.4.2 2009/09/04 14:11 DeleteMB가 또 한번의 기회를 잡았다. 그동안 반MB에 가까웠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총리로 내정한 것이다. 먼저 정운찬에 대한 간단한 이해는 여기(위키피디아)를 클릭해서 도움 받으시라. 뭐 덕분에 민주당이 거의 캐실신 상태의 패닉증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부분에 있어서는 민주당도 좀 더 처절한 절박함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역으로 MB입장에서는 지지율과 민주당 기선제압 이라는 양득의 효과를 볼수 있는 나름의 멋진 카드라고도 볼 수 있겠다. 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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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서울대 마지막강의'수강한 한 학생의 글
Tracked from 내가너의밥이다 2009/09/04 14:22 Delete*사진출처:매일경제 어제(9월 3일), 총리 내정자로 임명된 정운찬 씨가 서울대에서 마지막 수업(서울대 경제학부 '경제학연습 2')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수업이 '인사청문회'나 '기자회견장'을 방불케 했다고 하네요. 마지막 수업과 관련된 내용은 이미 몇 몇 언론에 의해 짧게 보도 되었습니다. 마지막 수업 내용을 살펴보니 알퐁스 도데의 단편 '마지막 수업' 제목만 떠올랐지, 감동도 진실됨도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서울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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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장은 DJ 선생님이 얘기하는 서생은 못되요. 그렇게 세상 눈치 보며 손에 물안묻히고 출세하려는 사람, 딱 질색...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자기 몸값 올리려 비판하는 척은 다하고 막상 행동은 못하는 나약한 학자, 자리만 좋다하는 한나라당과 학자지요. 말 잘하셨어요. 우린 왜 이렇게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역량을 갖춘 사람을 왜 이렇게 없는 거예요? 국민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것 같아서 우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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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의식한 것 같은데 근혜씨와의 한 판 승부가 기대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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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했을 때도 씁쓸했고, 실체화가 되니 씁쓸하긴 합니다마는...
MB 측의 계산이나 정운찬 내정자의 정치적 계산이 맞아떨어지는 것과 별개로 국정의 변화를 기대합니다마는,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요.
민주당이나 선진당이 충격을 많이 먹은 것으로 보도되는데, 민주당은 그 정도도 생각 못했으면 오히려 너무 순진했던 것이고, 자유선진당은 무척 배신감 느끼리라는 건 이해가 갑니다. 심대평 총리 카드 추진과 무산에서 정치의 기본 도의를 지키지 않았고 그러면서 무산까지 되고 탈당까지 이어지고, 다시 충청권 총리라며 세종시 축소까지 나오니 분명 그러하겠지요.
이른바 대권 후보 운운은 아직도 너무 이른 얘기일 터이고, 정운찬 후보나 MB측에서 그런 기대가 작용하지 않았을 리는 없을 터이지요. 일단 국민 입장에서는 총리 역할을 잘하기를 기대해야겠지요. 위험은 사방에 있지마는요. 건투하세요!!!







